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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100억 연대보증... 농협캐피탈 조사

마카오하백 2021. 7. 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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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100억 보증을 섰다면? 농협캐피탈, 황당한 실수
우연히 신용조회하다 무려 100억 대출 떠안은 황당한 피해자
“농협, 변함없네”…고객정보 허술한 관리능력 또다시 도마에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농협캐피탈이 100억원에 이르는 법인대출 연대보증자로 엉뚱한 사람을 설정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확한 경위 파악에 돌입했다.

동명이인에 100억 연대보증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21일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농협캐피탈은 지난달 H건설사에 100억원의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이 회사 한모 대표이사 명의로 연대보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산 입력 중 농협캐피탈 직원의 실수로 건설사 대표이사 한씨가 아닌 동명이인인 30대 한모씨를 연대보증자로 등록했다. 대출과 무관한 사람이 연대보증인으로 설정된 것이다.

농협측은 “전산작업을 통해 연대보증인을 기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동명이인인 두 사람을 착각한 것으로, 담당직원의 명백한 실수이기 때문에 후속조치에 바로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캐피탈은 100억원에 이를 정도의 큰 금액의 대출 연대보증인을 잘못 설정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연대보증인 사고는 피해자에게서 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사 대표와 동명이인인 한 씨는 최근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0억원대 대출의 연대보증자로 설정된 사실을 인지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만약 한씨가 알지 못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것.

특히 지난 4월 대출상담을 받은 한씨의 개인정보가 농협캐피탈에 남아 있었고 그를 100억 대출의 연대보증인으로 설정하는 등 내부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씨는 한 차례 상담만 했을 뿐 실제 농협캐피탈과 금융거래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 한씨는 방송을 통해 “나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신용관리를 하기에 망정이지 다른 분들은 발견을 못하고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농협캐피탈이 해당 연대보증 피해자가 단 한 번 대출상담을 받았던 이력으로 신용정보를 등록해둬 오류 가능성을 열어놓고도 오류를 사전 통제할 아무런 장치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협캐피탈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익명의 한 고객은 “과거 대출상담 기록이 남아 있다가 실수로 대출 대상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고객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농협캐피탈에 관련 자료요청, 대출과 상관없는 사람이 연대보증인으로 설정된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캐피탈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거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구조적 문제로 파악되면 현장검사에 나설 수도 있다”며 “향후 조사에서 불법이나 위규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를 본 한씨는 신용정보회사 등에도 연대보증 관련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또한 한씨의 연대보증 기록을 원천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대보증인을 실수로 인해 잘못 설정한 농협캐피탈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대출규모가 100억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이고 자칫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면 보증인으로 남게 돼 더욱더 큰 금융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농협캐피탈측이 ‘단순실수’라며 사과를 하고는 있지만 실수로 보기에는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농협, 금융사고 백화점

이번 사례가 직원의 ‘단순 실수’에 의한 사고라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농협캐피탈 내부시스템 허점이 드러난다면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농협의 금융사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업계가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1년 4월에도 해킹 사고로 대규모 전산 장애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의 공격으로 추정된 이 해킹 사고는 농협 전산망에 있는 자료가 대규모로 손상되고 거래 내역 일부가 유실됐다. 사건 초기에는 협력 업체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복구에 한 달 가까이 걸린 최악의 전산 사고였다. 그러나 또 같은 해 5월에도 전산장애로 4시간 가까이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당시 사상초유의 전산장애 사태로 인해 농협중앙회장 등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보안시스템 강화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또다시 이후 해킹 피해로 인터넷뱅킹, 현금지급기 서비스 등 금융서비스가 중단되고 프로그램 오류가 터져 일시 장애가 일어나는 등 최근까지 전산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꾸준히 빚어왔다. 농협은행은 또 최근 농협중앙회에 6조원을 부당 대출해줬다 금융당국에 적발되는가 하면, 고객 정보 1만여 건이 담긴 고객 전표를 고물상에 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고객 정보 유출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비용을 절감하려 내부 규정을 어기는 등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농협의 이런 허술한 고객 정보 관리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농협의 상식 밖의 금융사고로 거래하는 고객들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만이 앞설 뿐이다. 

 

 

 

 

 

한필호/피해자

"저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신용관리를 하기에 망정이지 다른 분들은  
발견을 못하고 지나갔을 겁니다."  

원인을 알아보니 직원이 실수로 동명이인인  
한씨를 보증인으로 기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한 씨가 농협캐피탈과는
아무 금융 거래가 없었다는 것.  

지난 4월 대출상담을 받았던 이력 때문에  
한 씨의 신용정보가 등록돼 있었던 것입니다.  

농협캐피탈은 100억이라는 거액 대출을 처리하면서도  
실무 직원에게만 업무를 일임했을 뿐, 오류를 발견할  
아무 통제 장치도 없었습니다.  

 

 

농협캐피탈 관계자  

"저희가 실수로 잘못한 것 맞고요.  
잘못 클릭해서 82년생을 클릭한 것입니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보증인으로 남게되는 것 아니에요?)  
"네."  

금융감독원은 농협캐피탈의 중대 과실로 보고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고, 검토가 끝나는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강민구입니다.
강민구 기자 mingoo@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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